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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심혈관 질환 위험 높인다... "하루 1번 먹을 때마다 5% 증가"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UCLA와 웨이크포레스트대학교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은 미국 6개 지역 성인 6,531명(45~84세)을 평균 약 13년간 추적한 결과, 초가공식품 1회 제공량을 매일 추가로 섭취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약 5%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백인 위주의 집단을 분석한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백인·중국계·흑인·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확인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초가공식품은 공장에서 화학적 공정을 거쳐 향미료, 색소, 유화제 등 여러 첨가물과 결합해 만든 바로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말한다. 탄산음료, 달콤하거나 짭짤한 포장 과자,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포장 빵, 마가린, 쿠키, 시리얼, 재구성된 육가공품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연구 시작 시점(2000~2002년)에 작성한 120개 항목의 식품 섭취 빈도 설문지를 국제 표준 분류법에 따라 분류해, 각자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초가공식품을 먹는지 계산했다. 심혈관 질환 사건은 비치명적 심근경색, 심폐소생술로 회복된 심정지,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 뇌졸중(일과성 허혈 발작 제외),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으로 정의됐다.
분석 결과, 추적 관찰 기간 중 710건의 심혈관 질환 사건이 발생했으며, 초가공식품을 하루에 1회 제공량씩 더 많이 섭취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5.1% 증가했다. 섭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0% 그룹은 가장 적게 먹는 하위 20% 그룹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66.8%나 높았다. 하위 20%의 평균 섭취량은 하루 1.14회 분량이었던 반면, 상위 20%는 하루 9.3회 분량으로 약 8배 차이가 났다. 참가자 전체로 볼 때 초가공식품은 평균적으로 하루 전체 음식 섭취량의 28%를 차지했으며, 섭취량 상위 20% 그룹에서는 41%에 달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인종에 따른 차이다. 초가공식품은 흑인 미국인의 식단에서 하루 전체 섭취량의 32%를 차지해, 백인(30%), 히스패닉(24%), 중국계(19%)보다 높았다. 또 흑인 미국인은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1회 제공량만큼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6.1% 증가한 반면, 비흑인 미국인은 3.2% 증가에 그쳐 두 배의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식품 회사들이 흑인과 히스패닉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사탕, 설탕 음료, 과자, 감자칩, 설탕 함유 시리얼, 패스트푸드 같은 저영양 고칼로리 제품을 집중적으로 마케팅해 온 구조적·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이 심혈관 건강을 해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에너지 과잉 섭취를 유도하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뇌-장' 간의 포만감 신호를 방해해 과식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비만, 고혈압, 혈관 내피 기능 장애, 산화 스트레스 등이 동반된다. 아울러 초가공식품은 채소, 과일, 통곡물 같은 영양가 높은 음식을 식단에서 밀어내기 때문에 전반적인 식사의 질까지 떨어뜨린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대규모·다인종 코호트에서 초가공식품 섭취가 심혈관 질환 위험과 유의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흑인 미국인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며, "이는 식이 위험 요인에서 인종·사회경제적 격차가 존재함을 보여주며, 취약 계층에서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기 위한 공중보건 정책과 식이 지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 (Association Between Ultraprocessed Food Consumption and Cardiovascular Disease Risk: MESA (Multiethnic Study of Atherosclerosis): 초가공식품 섭취와 심혈관 질환 위험의 연관성: 다민족 동맥경화 연구)는 2026년 3월 미국 심장학회지 '잭 어드밴시스(JACC: Advances)'에 온라인 게재됐다.